봄철 펼쳐지는 분홍 빛 유혹 - 영덕 대게
두근 두근. 심장뛰는 소리가 들린다.
영덕으로 가는 길. 화사하다 못해 요염한 봄바람이 차창을 스친다.
누가 그랬던가..봄바람은 분홍빛이라고. 그 말을 듣기나 한냥..영덕의 봄은 분홍빛 봄바람에 휩싸여 있다.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변을 그 근원지로 하여 영덕군 전체에 만개한 복사꽃이 그 원인이겠지만, 저 고개 넘어 강구항에 늘씬한 다리에 희고 찰진 속살을 감춘 분홍빛 대게가 있음에 그 봄바람은 더욱 큰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
대게잡이 철이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이고 혹자에 따라 겨울 대게가 좋다, 봄철 대게가 좋다 말도 많지만, 봄에 이곳 영덕에서 대게 축제를 하는 것은 의도하든 하지 않았던지 간에 복사꽃의 요염함과 더불어 이봄 영덕의 분홍빛 유혹을 오래토록 기억하게 만들 듯 하다.
내 어린 시절 대게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쉽게 먹을 수는 없다. 그저 TV를 통해 보았을 뿐 주변에 전문적인 식당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대게에 대한 유일한 상식은 크다는 것이었고, 당연히 그러나 너무 단순하게도 큰대(大) 자를 써서 대게 인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불과 얼마 전 까지도 그런 줄 알았다.
대게는 그 모양세가 요상하여 조선시대 처음엔 언기(彦基) 즉 ‘크고 이상한 벌레’라는 뜻으로 불려 졌으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앞바다에 있는 죽도에서 잡히고 다리모양이 대나무같다고 해서 지금의 대게라는 이름이 사용 되었다고 한다. 즉 커서 대게가 아니라 대나무를 닮아서 대게인 것이다.
대게는 경북 영덕에서만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영덕을 떠올릴 정도로 영덕대게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는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으로 오르다가 왜정 때 영덕이 대게의 집산지가 되면서 영덕이라는 지명이 대게 앞에 붙어 버렸다.
그 덕에 영덕 강구항은 사람과 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강구항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것이 좋다.
시장 아주머니들의 호객소리가 좀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이곳까지 왔다면 그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함께 가지고 오면 좋겠다. 어떤 대게가 정말 좋은 대게인지 물어도 보고, 농도 한마디 섞으며 걷다 보면 내 마음에 딱 드는 분홍빛 예쁜 대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봄 영덕 강구항은 분홍빛 눈이 즐겁고, 하얀빛 입이 즐거우며 시끌 벅적한 우리내 살아가는 소리가 즐거운 3락의 고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