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상북도 SNS 바로가기

  • 페이스북
  • 블로그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인스타그램
  • 유튜브

여성자료실

제목
즐거운 ‘미친년’
  • 등록일2003-02-12 11:23:40
  • 작성자 관리자
내용
 

 수많은 남성들이 여성과 논쟁을 벌이다 질 것 같으면 ‘피해의식이 심하다’‘과대 망상 증’이라며 언어폭력을 휘두를 때가 많다. 여성과 남성은 동반자이니 남성을 미워하지 말라 고 말하는 그들이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려는 여성들에겐 가차없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되먹지 않은 여자는 북어처럼 때려야해.” 한 선배가 얘기 끝에 툭 던진 말이다. 아직도 이런 고루한 남성이 내 옆에 있다는 것에 환멸을 느끼며 그 선배에게 나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몸에 가학적인 행위를 할 권리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자 그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며 과대망상·피해의식이라는 말을 떠벌리다가 결국엔 말이 막혀 내게 ‘미친년’이란 말을 내뱉었다. 자신보다 미천한 신분인 나를 설득시키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내 이야기에 말문이 막혀 분했던 모양이다.

 미친년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난 그보다 훨씬 유능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전혀 기분 나쁘지 않 았다. 어느 여성운동가 역시 미친년이란 말을 자랑스러워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미친다는 상태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경지라고 누가 말했듯 난 여성운동가로 미쳐 버리 길 바라고 있던 참이었고 남녀평등을 위해선 자진해서 미친년이 되고 싶은 지경이었다.

 오히려 미친 여성운동가들에게 못 미치는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한국여성이라면 누구나 여성이 차별 받는 현실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현실을 덮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살려고 한다. 차별을 알면서도 싸우지 않거나 싸우지 못하는 나태하고 연약한 여성들만이 존재한다면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싸울 줄 모르는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남성의 틀 속에서 존재하기만을 바라는 것보다 좀 크 게 여성평등을 부르짖는 ‘미친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남성우월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이 있는 한 난 수없이 많은 남성들에게 ‘울트라 초특급 미 친년’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그 선배 역시 내가 아닌 또 다른 미친년에게 물먹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친년’이란 어쩌면 현실의 여성운동가들에게 가장 큰 찬사일지도 모른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첨부파일이 다운로드 되지 않을 때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 제3유형(출처표시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행복콜센터 :
 15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