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에 먹는 든든한 우리네 보양식 한방닭백숙
봄의 어느날 불현 듯 친구의 전화가 와서 금호산에 놀러가자고 했다. 여행이 좋아 무작정 떠나던 젊은 시절이어서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휴대폰도 없던 시절, 갑작스런 약속이 보통 그러하듯, 우린 누구의 잘못인지도 확인할 길 없이 늦게 만나게 되었고, 마침 내린 추적추적한 봄비로 인한 눅눅함에 땅만 보고 걸었다.
[ 금오산과 금오지 - 최근 금오산 올래길이 조성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
산행에 대한 미련은 없어진지 오래, 그저 밥이나 먹고 내려갈 요량으로 금오산 밑자락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백숙을 시켜 먹었다.
이마엔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말도 없이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창밖에는 산행하기 좋은 시원한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친구와 내 입가엔 겸연쩍은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인사 대신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말을 건네는 우리네 마음처럼, 역시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 이었다.
통닭이 국민간식이 된지 오래 되었지만, 닭은 그 이전에도 서민을 위한 대중적 보양식이었다. 어느집이나 닭 서너마리씩은 다 키웠고, 귀한 사위가 왔을 때 꼭 내어주는 음식도 백숙이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고, 주말 나들이가 본격화 되면서 유명여행지와 산 아래에는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음식점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때도 가장 많이 생긴 것이 닭백숙 집이었다.
영남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금오산 밑자락도 닭백숙 요릿집이 많이 있는데 이곳 또한 40년전 금오산에 생긴 골프장 때문이라 한다.
그곳에서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산 아래 마을의 어떤 집 마당에서 뛰어놀던 힘 좋은 토종닭을 보고, 닭 주인에게 부탁해 닭백숙을 끓여 먹었는데, 이것이 유명해져 점점 많은 골퍼들과 여행객이 찾으면서 아예 금오산에 전문 식당가가 들어섰다.
[ 금오산 향토음식문화거리로 닭백숙 전문점을 비롯 60여 복합 상가가 자리 잡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금오산 닭백숙은 주변에서 자생하는 약재를 넣어 ‘한방백숙’으로 변하였다.
흑갈색의 진한 국물엔 한방약재의 맛이 깊이 우러나 보약이 따로 없을 정도.
한방약재와 잘 어우러진 닭고기의 부드러운 맛에 닭죽 까지 먹고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든든함이 찾아 온다.
전국 어디를 가도 가장 많이 보이는 집이 닭백숙 집이다.
하지만 이곳의 한방백숙은 금오산의 정기까지 오롯이 담겨 있어 산행에 지쳐 피로가 극심하고, 몸에 기운이 딸릴 때 먹으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