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너무나 유명한 삼백의 고장 상주
한가위도 지난 늦은 가을
달이 둥글게 차올랐다가 다시 반쯤 사라지고 나면, 아침마다 하얀 서리가 마당위로 얇게 그 흔적을 남기며 곧 다가올 겨울을 알리곤 했다.
아직 코때 묻은 아이는 추운 손 주머니에 넣고서 마당 한켠에 있는 감나무 꼭대기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어느 집이나 마당에 한그루씩 있던 감나무에는 잎도 없는 높은 가지 꼭대기에 정말 잘 익은 홍시가 보란 듯이 있었는데 아이는 먹을수 가 없었다.
“저건 까치밥이데이. 까치밥 물라고 감나무에 올라가다 떨어지면 젊어 죽는다” 겁을 주시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나, 괜시리 돌맹이만 까치를 향해 던지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나가버렸다.
사람과 까치만 먹는 음식인줄 알았던 귀한 감을 상주에서는 소에게 먹인다.
감을 먹고 자란 소! 소가 감을 먹는다는 생각만 해도 살짝 웃음이 나지만 상주라면 가능하다.
곶감, 쌀, 누에고치가 유명해서 예로부터 3백의 고장으로 불리던 상주는 곳곳이 감나무다.
35km에 이르는 가로수길이 감나무이고, 호랑이 담배 필적부터 있었음직한 750년된 나무가 감나무이고(하늘아래 첫 감나무), 가을이면 주렁주렁 집집마다 분홍빛 꿈을 매달아 놓은 것이 또 감이다.
이렇듯 감이 풍족한 곳이니 감을 소에게 먹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다.
상주의 감을 먹고 자란 한우
감을 먹여 키운 상주 한우를 [ 명실상감한우 ]라고 부른다.
이것의 의미는 “명실상부하게 상주 감을 먹여 임금님이 드시는 귀한 한우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확하게는 곶감을 가공하기 위해 깎은 감 껍질을 먹이는데 감이 가지고 있는 타닌성분과 비타민이 소의 스트레스를 저하시키고, 설사병이나 호흡기 질환을 완화 시키는 등 저항력을 향상시켜 항생제 투여량을 대폭 줄인 청정한우를 탄생 시켰다.
이로 인해 2005년도에는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한우부문에서 ‘위생안전상’을 수상 하는 등 명실상부하게 좋은 한우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감껍질을 먹여 키운 한우는 어떤 부위를 먹어도 그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하지만 그 보다도 상주에서 한우를 먹는 다는 것,
특히 ‘명실상감한우’를 먹는다는 건
곶감과 한우와 추억을 함께 먹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